에듀테크의 미래 … 오픈 플랫폼 구축·학교 자율 구매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 주도로 구성된 코로나19 대응 및 미래교육체제 전환을 위한 에듀테크 산업진흥 TF가 산업진흥 정책 보고서를 발간했다./에듀테크 산업진흥 TF 제공(이미지 출처: 이미지 투데이)

로나19 이후 미래교육체제를 대비하기 위해 클라우드 기반의 에듀테크 오픈 학습플랫폼을 구축하고, 학교가 자율적으로 에듀테크 제품·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교육정책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2일 코로나19 대응 및 미래교육체제 전환을 위한 에듀테크 산업 태스크포스(TF)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에듀테크 산업진흥 정책 보고서를 발간했다.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의 주도로 구성된 이 TF는 임재환 유비온 대표이사가 위원장을 맡았다.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우선 코로나19로 인해 도입한 국내 원격수업은 정부 주도의 경직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실제 초중고 원격수업에 주로 쓰인 EBS 온라인클래스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e학습터는 모두 정부가 주도한 학습관리시스템(LMS)이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초중고 학생 540만명이 접속할 수 있도록 구축했지만, 교육적 관점에서의 질은 낮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초중고의 플랫폼 준비도는 낮았지만 콘텐츠 준비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원격수업 안정화에 기여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DB

부주도의 공공 LMS가 대세를 이뤘지만, 외산 에듀테크 서비스의 도전도 거셌다. 교육부가 지난달 27일~29일 교원 22만489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4.9%가 구글 클래스룸과 MS 팀즈 등 해외 민간 플랫폼을 활용했다고 전했다.실제 코로나19 이후 구글 클래스룸 사용자 수는 급증하는 추세다.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의 국내 사용자 수도 지난 1월 3만여명 규모에서 3월 187만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가 정부주도의 초중고 에듀테크 정책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학교와 교사, 학생, 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와 공급자인 에듀테크 기업이 모두 정책결정과 서비스 형성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EBS 온라인클래스와 e학습터는 교수학습 원리나 에듀테크 생태계를 기반으로 설계된 시스템이 아닌 임시 플랫폼으로, 높은 접속량을 감당할 시스템 안정화를 최우선으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교육적 고도화 작업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임 위원장은 “핵심 사회서비스인 에듀테크는 교육 선진국이라는 명성과 달리 산업진흥이 이뤄지지 않아 ‘반쪽짜리 온라인 개학’을 만들고 말았다”며 “관련 산업인으로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유연성과 확장성을 담보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연구진은 “에듀테크 기술과 도구는 언번들링(unbundling) 원리에 따라 다양하게 개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오픈 플랫폼 방식으로 시장을 형성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언번들링은 다양한 기능으로 결합한 구조를 해체해 특정한 기능에 특화한 것으로, 이를 다시 재결합하는 것을 리번들링(rebundling)이라고 한다. 학생관리-교수학습-채점 등 교육기능 전반을 아우른 단일한 서비스를 해체해 각각의 기능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처럼 다양하게 존재하고, 구매자가 이를 선택해 쓸 수 있는 플랫폼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에듀테크 오픈 학습플랫폼 모형으로 영국의 사례를 제안했다. 영국은 클라우드 기반 에듀테크 학습플랫폼을 이미 안착한 에듀테크 선진국가다. 다만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하면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정상적인 수업에 제약이 따랐다는 평가다. 영국 에듀테크 산업은 교육부의 지원으로 영국교육산업협회가 운영하는 LendED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LendED는 영국 학교가 구미에 맞는 에듀테크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나열된 일종의 디지털 메뉴판이다. 에듀테크 스타트업은 이 메뉴판에 신제품을 마케팅 부담 없이 소개하고, 각 학교 등 구매자는 필요한 서비스를 구매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시장과 유사하다. 앱마켓은 오픈 플랫폼에 개발자가 자유롭게 앱을 탑재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앱을 구매해 사용하는 구조다. 영국은 LendED가 앱마켓 역할을 하고,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앱 개발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학교는 자율적으로 학교 자치의 방향에 맞는 에듀테크를 구매하고, 에듀테크 개발자는 별도의 비용 없이 교육 수요자와 직접 만날 수 있다. 교육청을 중심으로 교육행정체계와 교육서비스 구매가 이뤄지는 국내와는 판이하다.

에듀테크 산업진흥 TF는 에듀테크 산업 분야가 사회간접자본 사업 등까지 포함한 광범위한 분야라고 설명한다. /에듀테크 산업진흥 TF 제공

연구진은 이 같은 영국의 오픈플랫폼 방식을 기반으로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한 국내 오픈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학교의 자율적 선택에 맞춘 서비스를 설계·지원하고, 민간 중심의 에듀테크를 공급하는 게 골자다. 교육부 등 교육당국은 교육 데이터 센터를 운영해 데이터 활용을 촉진하고, 교사의 재훈련과 교사 양성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교육 예산을 다시 편성하고, 학교 공간의 재구축을 통해 에듀테크 활용에 친화적인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연구진이 밝힌 에듀테크 산업의 범위는 학생관리나 수업, 문제풀이 등의 범주를 벗어난 규모다. 오픈 학습플랫폼 구축과 LMS 등 클라우드 산업 분야와 교육 서비스를 위한 교과서·출판 산업, 교수학습과 학습 콘텐츠 생산, 학습 도구 제작 등 XR 산업, 콘텐츠 산업을 망라한다. 또 교육용 기자재와 디바이스를 만드는 디바이스 산업, 하드웨어 산업, 학습 데이터 구축과 활용을 위한 데이터 산업, 학교행정 등을 위한 인공지능 산업 등이다. 교육도시 발전 등 스마트시티 산업과 이와 결부된 사회간접자본 사업 등 다양한 분야의 산업이 에듀테크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전 AI를 활용한 맞춤형 학습 수준에 그쳤던 에듀테크 도입 분야가 광범위하게 넓어지면서 에듀테크 시장 규모도 더욱 성장할 걸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에듀테크엑스글로벌(EdutechXGlobal)과 IBIS 캐피탈의 2018년 해외 시장 분석을 인용해 “에듀테크 산업은 연평균 17% 성장할 것”이라며 2035년까지 에듀테크 기반 학습 인구는 27억만명 규모로 전망된다”고 했다.